배상책임보험에서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법률상 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와 약관상 면책사유의 존재 여부입니다.
그중에서도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대표적인 면책사유가 바로 ‘고의에 의한 사고’입니다.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힐 의도로 폭력을 행사하였다면, 이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행위자가 의도한 결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배상책임보험의 보상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발생한 사고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함께 놀던 중 발생했습니다.
가해 어린이와 피해 어린이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 사이였습니다. 사고 당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함께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철봉에 먼저 매달리겠다며 순서를 두고 사소한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아이가 친구를 밀쳤고, 중심을 잃은 친구가 넘어지면서 팔에 골절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습니다.
실제로 보험사에서도 최초에는 이러한 점을 근거로 약관상 고의사고에 해당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밀치는 행동 자체가 의도적이었다는 사실과 상대방에게 골절이라는 상해 결과를 발생시키려는 의도까지 있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평소 친하게 지내는 미성년인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 사이에서 놀이터에서 실랑이를 벌이며 놀다가 내가 친구를 밀치면 친구 팔이 골절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고 당시의 구체적인 정황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두 어린이는 평소 어떤 관계였는지, 사고 이전부터 갈등이나 다툼이 있었는지, 일방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상황이었는지, 당시 밀친 행위의 정도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골절이라는 결과를 의도하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조사 결과, 두 어린이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 사이였으며 특별한 원한이나 지속적인 갈등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도 놀이터에서 그네나 철봉을 누가 먼저 이용할지를 두고 아이들끼리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있었고, 이번 사고 역시 그러한 놀이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배상책임보험은 ‘사고의 결과’만 보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왜 밀었는지, 어느 정도의 힘을 사용했는지,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상해 결과를 의도하거나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등 사고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고의성과 우연성을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어린이 사고에서는 성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행위의 의미와 결과에 대한 인식 가능성을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에 더욱 세밀한 사실관계 조사가 필요합니다.
사고의 한 장면만 보면 ‘고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고의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우연한 사고’로 평가할 여지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 본 사례는 올받음 손해사정을 통해 해결되었습니다.

김은선 손해사정사
전문 분야 | 배상책임/재물, 어린이